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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_논평]조선, 동아일보 기자의 가자미 눈
조선, 동아일보 기자의 가자미 눈
- 방송법 시행령 공청회가 무산된 근본 이유를 취재하는 것이 기본이다 -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원회)가 절차를 채우기 위해 열고자 했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약칭 미디어행동)”과 “방송장악․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약칭 범국민행동)”의 저지로 무산되었다. 이를 두고 조선과 동아일보가 딴지를 걸고 나왔다. 조선일보 염강수 기자는 “언론노조에 짓밟힌 언론자유”를 제목으로 동아일보는 전승훈 기자가 “방송법 공청회 또 무산시킨 언론노조”라는 섹시한 문장으로 언론노조를 비난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염강수는 ‘언론노조에 의해 장악당한 공청회장’에서 ‘언론자유는 언론노조에 의해 철저히 유린 됐다’, ‘언론노조원 한 명이 항의하는 방청객을 이마로 받아 버렸다. 공청회장은 흥분한 언론노조원 수십 명의 물리력에 의해 장악됐다’, ‘우리나라가 강패주의 국가냐’면서 정회를 선언한 사회자의 말 등을 풀어 놓으며 언론노조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였다.
톱아 보자. 공청회장은 공청회 시작 전에 이미 동원된 특정 사업자 소속 직원들로 채워져 30 여명의 언론노조 조합원은 수적 열세였다. 또한 언론노조는 주최 측을 상대로 어떤 물리력을 동원한 적이 없다. 언론노조 조합원이 방청객을 이마로 받았다는 우발적이고 지엽적 사건을 중점 배치하여 이날 전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함으로써 공청회 무산책임을 언론노조로 완전히 돌려놓았다.
우발적 사건을 취재하더라도 다툼의 원인과 내용은 분명해야 한다. 방청객을 단순히 “참다못한 방청객”으로 표현하여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가장 큰 특혜를 입을 케이블 SO 사업자임을 숨겼다.
더욱 가소로운 것은 언론노조가 “대통령에게 방통위 업무보고를 끝낸 뒤 공청회를 하는 것은 요식행위다”는 새로운 억지를 부렸다고 했다. 조선일보 기자의 상황인식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은 “정확한 신문”을 경영 이념으로 하는 조선일보가 간판을 내려야 하는 또 하나 이유가 된다.
지난 4일 방통위원회는 이명박 씨가 임명 강행한 방통위원장 최시중 씨와 스스로 독립성을 부인한 방통위원 4명이 나란히 앉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방송법 시행령 내용이 그대로 녹아있는 업무보고를 했다. 이후 방통위원의 심의, 의결 절차가 있지만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입을 모아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한 방통위원들이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하지 않고 뭘 하리라고 기자는 보는가? 대통령 앞에서 한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가?
공청회는 법령의 제․개정이나 주요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관련자들의 의견을 두루 구하고 반영하기 위한 논의 광장이다. 따라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는 순서가 바뀌었다. 이미 결정 하고 보고한 다음에 여는 공청회는 참석한 사람들을 방통위원회가 깔아놓은 판에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다. 이렇게 정황이 분명한 것을 억지라고 하는 것은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동아일보 전승훈은 “300 여명의 방청객이 언론노조의 막무가내식 떼쓰기로 두 번씩이나 공청회가 무산되는 것을 보고 씁슬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고 적었다. 방청객의 표정을 자신의 마음과 동치로 표현 하는 것은 에세이나 잡문에서 쓸 표현이다. 공청회가 두 번씩이나 무산된 이유조차 모르고 단순히 현상에 파묻힌 사고의 단순함이 그대로 묻어난다.
방송법 시행령 공청회를 다룬 조선, 동아의 “기자수첩”과 “기자의 눈”은 함량 미달 기사의 본보기다. 본질을 중요시해야 하는 기사작성의 기본을 뭉개버렸다.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중 무엇이 문제인지,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가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단 한 문장이라도 걸쳐야 했다. 언론노조는 시행령 내용에 대한 토론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결정을 내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형식적 공청회를 문제 삼았다. 기자는 이것을 쏙 빼버렸다.
유의선 사회자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평가해야 했다. 그는 이미 결정해 놓고 진행하는 공청회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즉시 중단해야 하며 학자라면 부당하게 방통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공청회도 하기 전에 업무보고로 결정 낸 것에 대해 문제 삼고 항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업무보고 당시 외국에 나가 있어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곧 거짓이 들통 나자 항의하는 언론노조 조합원에게 전두환 정권 때 왜 할복하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호통을 친 인물이다. 사회자로서 학자로서도 자격 미달인 인물이 “우리나라가 깡패주의국가냐”고 오만한 멘트를 날렸는데도 오히려 두둔했다.
수구족벌신문에 영혼도 없이 부지런히 복무하는 두 기자가 측은하고 안쓰럽다. 사건의 본질은 커녕 변죽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과 무지를 더는 탓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들의 손끝에 휘둘려 피해를 본 독자와 언론노조에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조선, 동아 두 기자는 진실은 두려워 말하지 못해도 거짓은 말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사회가 거짓말을 하는 기자에게 언론의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