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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디어연구소 No.4]케이블 디지털 전환과 SO 채널 정책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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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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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디어연구소] 주간 정책 브리핑 No.4
케이블 디지털 전환과 SO 채널 정책의 정치경제학
- SO 운용 채널 하한선 축소(70개→50개)의 함의를 중심으로
지난 2월 해체 직전, 옛 방송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70개)가 운영해야 하는 텔레비전 채널의 하한선을 기존 70개에서 50개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채널 하한선 축소의 명분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의 등장에 따른 경쟁환경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아직 방송법 시행령은 방송위 전체회의의 의결대로 바뀌진 않았다. 방통위 내부는 지난 2월 의결한 대로 방송법 시행령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옛 방송위나 현 방통위나 '채널 하한선을 낮췄다고 해서 SO가 바로 채널 구성 수를 줄이겠느냐'는 식으로 우려를 무마해 왔다. 하지만,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언론에 흘러나온 방통위의 로드맵 <세계일류 방송통신 실천계획>(이하 실천계획)에 포함된 '유선방송분야 과도한 사전적 기술규제 개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다. 유선방송 기술규제의 핵심은 SO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에서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채널 하한선 축소가 유료방송 기술규제 개선과 맞물려 시행될 경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SO의 채널은 MSO 채널, MPP 채널, 공익 및 공공채널, 지상파 재송신 채널 및 계열 PP 채널을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수십개의 군소 PP들의 경우 케이블에 송출될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선방송 기술규제 개선의 내용
방통위 로드맵 '실천계획'은 "현재의 기술규제 기준이 기술개발 및 서비스 발전 추세를 반영하지 못해 사업자의 신기술 도입 때 애로"로 작용한다며, 올해 6월 안에 개선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세부적으론 ▲케이블방송의 영상신호 압축방식 표준을 현행 MPEG2 Part2에서 MPEG4 Part10으로 변경 ▲상향 주파수 대역 확대 등이다.
영상신호 압축방식 표준 개선은 다른 유료방송(IPTV, 위성방송, 위성DMB 등)들뿐만 아니라 지상파도 이용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향 주파수 대역의 확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향 주파수의 확대가 거대 MSO의 인터넷전화(VoIP) 사업 확대 등에 이용되는 반면, PP들의 송출 문호인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O들의 부가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기본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현재 재송되고 있는 지상파방송들의 케이블 채널번호 변경이 불가피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SO의 주파수 대역과 구성
현재 SO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은 크게 상향(upstream) 대역(5~42 ㎒)과 하향(downstream) 대역으로 나뉜다.
이용자(각 가정)가 SO로 보내는 상향 대역의 경우, 인터넷전화(VoIP), 주문형 서비스(On Demand Services; VOD, 실시간 게임, 홈쇼핑 등), 전기․가스 등의 사용량 검침을 원격으로 처리하는 자동검침서비스(AMR) 등에 이용된다. 실제로, SO들은 망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향 대역(기존 5~30 ㎒ → 5~42 ㎒)이 확대되자, 지난 2006년 이를 모두 부가서비스에 집중했다. 옛 정보통신부는 2006년 12월 태광산업, 큐릭스, 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 MSO를 비롯한 18개 SO가 출자해 만든 한국케이블텔레콤(KCT)에 인터넷전화 역무를 허가했다.
SO가 이용자(각 가정)에게 보내는 데 쓰이는 하향 대역은 아날로그 방송대역(54~552 ㎒), 디지털 방송대역(552~864 ㎒)으로 구분된다. 아날로그 방송대역의 경우, 지상파 재송신채널을 포함해 PP들의 아날로그 채널 송출이 이뤄진다. 디지털 방송대역은 지상파 채널의 디지털 재송신, PP들의 디지털 채널 송신, 인터넷전화 서비스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상향대역 확대와 아날로그 채널 축소
SO업계는 상향대역을 현행 5~42 ㎒에서 5~66 ㎒로 확대해줄 것을 방통위 전파감리정책과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를 요구하는 대역은, 채널로 따지면 2번과 3번에 해당된다. 상향대역과 하향대역 중간에는 이른바 보호대역이 설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보호대역은 현재 4번과 5번, 6번 채널 대역인 66~88 ㎒에 설정되는 게 불가피하다. 따라서 현재 이들 채널에서 송출되고 있는 PP들과 재송신 채널의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상향대역 확대는 방통위의 채널 하한선 축소와 맞물려,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하향대역 중에서 아날로그 채널이 송출되는 대역을 확대한다면, 아날로그 채널이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는 채널 하한선(아날로그 채널일 수밖에 없음)을 70개에서 50개로 줄이려 하고 있다.
채널 하한선 50개를 기준으로 할 때, 군소 PP들이 송출될 기회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케이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온미디어(9개), 티브로드(4개), CJ미디어(9개) 등 3대 MSP(MSO+MPP)가 보유한 PP 수가 23개, 경쟁력이 있는 지상파 계열 PP가 14개, 의무전송채널(보도전문PP, 공익․공공 채널 등)이 15개 정도라는 사정만 감안하더라도, 이미 50개가 훌쩍 넘는다. 의무전송채널을 대폭 줄인다 해도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는다.
아날로그 채널 축소는 정부의 자기부정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를 유도하는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의 정책은 SO에 대한 그동안의 주파수 정책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옛 정보통신부는 2004년 11월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을 개정하면서, SO가 운용 가능한 채널수를 당시 최대 111개에서 130개로 대폭 확대했다. "디지털화에 따른 다채널 방송이 본격화되면서 SO가 현행보다 많은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선방송 채널번호를 기존의 54∼750㎒에서 54∼864 ㎒대역까지 부여해 채널수를 현행 111개에서 130개로 늘려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랬던 정부가, 지금은 채널 하한선을 늘리기는커녕 되레 20개나 축소하려 하고 있다.
디지털 변조방식이 달라, 지상파채널 1개당 디지털 신호를 3~4개 대역에서 복수로 제공하기도 하는 '이중 재송신'(dual carry) 문제가 채널 하한선 축소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 상향대역 확대는 하항대역의 디지털 대역에서 발생하는 이중 재송신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중 재송신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하향대역 부족 문제는 2004년 11월 주파수 확대를 통해 이미 해결된 터다.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으로 아날로그 채널 축소 메우려 하나?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상향대역 확대, 채널 하한선 축소 등 모순 덩어리 정책을 종합하면, 자연스레 두 가지 의문을 동시에 제기할 수밖에 없다. 'PP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을 이용해 아날로그 채널은 축소하고 디지털 채널은 늘리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에 대해서는 주간정책브리핑 2호 참조). 특히 후자라고 한다면,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은 '국가의 공적 재원으로 SO의 원활한 부가서비스 활성화 보조'라는 또 하나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방통위는 상향대역 확대에 따른 부가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SO가 시설․장비에 투자하는 데 1년~1년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에 정부가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이 법이 SO의 부가서비스 활성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멀티모드서비스(MMS)에 주는 함의
현행 전파법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 방식 유형은 지상파 방송이나 유선방송이나 다르지 않다. 모두 심사할당이다. 심사할당의 경우, 대가할당과 달리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이 사업자에게 있지 않다. 허가나 승인 당시와 달리 주파수를 이용하려 할 경우 정부로부터 사전에 별도의 허가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유선방송의 주파수 이용 변경에 대해 옛 정통부나 방송위, 현 방통위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다.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 개정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MPEG4나 상향대역 확대 등도 이런 맥락이다. MPEG4는 기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훨씬 더 많은 채널을 뜻한다. 상향대역 확대는 주문형 서비스와 인터넷전화 등 훨씬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선방송의 주파수를 되레 확대해 줬다.
반면, 지상파의 멀티모드서비스(MMS)에 대해선 온갖 제동을 걸고 있다. 동영상 압축기술의 발전 등이 MMS를 가능하게 한 것이나, 디지털케이블의 온갖 부가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렇다. 지상파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동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여태껏 아니었다. 현 정권 출범을 전후해선 MMS 도입을 신문-방송 교차소유와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문화관광체육부에선 외주전문채널이란 오랜 숙원사업을 MMS 도입과 연결지려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환수해 재배치하겠다는 것도 MMS 도입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케이블업계는 MMS 도입에 대해 "주파수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현 정부에 밝혔다. 동의한다. 다만, 합의의 대전제는 'MMS는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갖는 성격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하며, 망 중립성의 차원에서 건강한 시민의 접근권과 참여권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잠정적인 의견이다.
상향대역 확대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합의에서 예외일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가서비스 활성화가 기본서비스 위축(아날로그 채널 축소와 PP 송출 기회 박탈)으로 나타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는 금물이다. 케이블업계에 특히 필요한 덕목이다.
<미디어 단상>
지상파와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조준상
"현재 한국의 방송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으로 지칭되는 KBS, MBC, EBS 등 3개의 공영 지상파방송사아 민영 지상파방송사업자인 SBS가 '무료방송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을 일반적으로 '무료방송'이라고 하는 것은 케이블TV방송사업자나 위성방송사업자가 시청자들에게 자율계약에 의해 시청료를 징수하는 반면, 위의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직접 시청료를 부과하지 않고 수신료 또는 광고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권영설 중앙대 교수)가 지난 6월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방송법의 개정방향'이란 주제로 연 정기학술세미나에서, 지성우 단국대 교수(법학)가 발표한 발제문 '방통융합시대의 국가기간방송의 운영체계 - 다공영 대 일공영의 비교'의 일부이다. 여기서 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재원이 시청료가 아닌 수신료나 광고이기 때문에 무료방송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상파라는 전파의 특성상, 텔레비전 수상기만 있다면 누구나 전파를 수신해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료방송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지상파 방송이 무료방송인 이유는, 지상파라는 전파의 특성 때문이지 그 재원이 수신료나 광고라서가 아니다. 곧 유료방송과 달리, '가입'이라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지상파의 특성 때문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직접수신 기반을 강화해 지상파가 명실상부한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 교수 논지의 핵심은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구분이 아니라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구분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방송시장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대립구조가 아니고, '무료방송(지상파 방송)''유료방송(케이블TV방송, 위성방송 등)'의 대립구조에 의해 법제가 형성되었다. 유료방송시장이 성장하면서 무료방송시장에서 광고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KBS 2TV와 MBC의 정체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으며, 이것이 '다공영 일민영 체제'와 '일공영 다민영 체제' 논의의 출발점이다."(발제문 8쪽)
지 교수의 논지처럼, 유료방송시장의 성장이 '다공영 일민영 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의 원천이라면, '일공영 다민영 체제'로 된다고 해도 유료방송시장의 문제제기는 절대로 중단되지 않는다. '다민영 지상파 방송들'은 여전히 "무료방송시장에서 광고로 재원을 조달"할 것이며, 이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민영 지상파 방송들'이 유료방송시장에 전면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현재 국내 방송지형에서 지상파 공영방송과 지상파 민영방송의 확연한 갈라섬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상파 공․민영 방송과 유료방송 사이의 확연한 갈라섬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파악한다. 이것이 가능하고 공고해야, 추후 지상파 공영방송과 지상파 민영방송이 갈라선다 해도 지상파 민영방송이 유료방송으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겸영이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케이블 디지털 전환과 SO 채널 정책의 정치경제학
- SO 운용 채널 하한선 축소(70개→50개)의 함의를 중심으로
지난 2월 해체 직전, 옛 방송위원회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70개)가 운영해야 하는 텔레비전 채널의 하한선을 기존 70개에서 50개로 완화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채널 하한선 축소의 명분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의 등장에 따른 경쟁환경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아직 방송법 시행령은 방송위 전체회의의 의결대로 바뀌진 않았다. 방통위 내부는 지난 2월 의결한 대로 방송법 시행령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옛 방송위나 현 방통위나 '채널 하한선을 낮췄다고 해서 SO가 바로 채널 구성 수를 줄이겠느냐'는 식으로 우려를 무마해 왔다. 하지만,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언론에 흘러나온 방통위의 로드맵 <세계일류 방송통신 실천계획>(이하 실천계획)에 포함된 '유선방송분야 과도한 사전적 기술규제 개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서다. 유선방송 기술규제의 핵심은 SO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에서 아날로그 주파수 대역을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채널 하한선 축소가 유료방송 기술규제 개선과 맞물려 시행될 경우,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SO의 채널은 MSO 채널, MPP 채널, 공익 및 공공채널, 지상파 재송신 채널 및 계열 PP 채널을 중심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수십개의 군소 PP들의 경우 케이블에 송출될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유선방송 기술규제 개선의 내용
방통위 로드맵 '실천계획'은 "현재의 기술규제 기준이 기술개발 및 서비스 발전 추세를 반영하지 못해 사업자의 신기술 도입 때 애로"로 작용한다며, 올해 6월 안에 개선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세부적으론 ▲케이블방송의 영상신호 압축방식 표준을 현행 MPEG2 Part2에서 MPEG4 Part10으로 변경 ▲상향 주파수 대역 확대 등이다.
영상신호 압축방식 표준 개선은 다른 유료방송(IPTV, 위성방송, 위성DMB 등)들뿐만 아니라 지상파도 이용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향 주파수 대역의 확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향 주파수의 확대가 거대 MSO의 인터넷전화(VoIP) 사업 확대 등에 이용되는 반면, PP들의 송출 문호인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SO들의 부가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프로그램 송출이라는 기본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현재 재송되고 있는 지상파방송들의 케이블 채널번호 변경이 불가피해지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SO의 주파수 대역과 구성
현재 SO가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은 크게 상향(upstream) 대역(5~42 ㎒)과 하향(downstream) 대역으로 나뉜다.
이용자(각 가정)가 SO로 보내는 상향 대역의 경우, 인터넷전화(VoIP), 주문형 서비스(On Demand Services; VOD, 실시간 게임, 홈쇼핑 등), 전기․가스 등의 사용량 검침을 원격으로 처리하는 자동검침서비스(AMR) 등에 이용된다. 실제로, SO들은 망 업그레이드를 통해 상향 대역(기존 5~30 ㎒ → 5~42 ㎒)이 확대되자, 지난 2006년 이를 모두 부가서비스에 집중했다. 옛 정보통신부는 2006년 12월 태광산업, 큐릭스, 씨앤앰커뮤니케이션 등 MSO를 비롯한 18개 SO가 출자해 만든 한국케이블텔레콤(KCT)에 인터넷전화 역무를 허가했다.
SO가 이용자(각 가정)에게 보내는 데 쓰이는 하향 대역은 아날로그 방송대역(54~552 ㎒), 디지털 방송대역(552~864 ㎒)으로 구분된다. 아날로그 방송대역의 경우, 지상파 재송신채널을 포함해 PP들의 아날로그 채널 송출이 이뤄진다. 디지털 방송대역은 지상파 채널의 디지털 재송신, PP들의 디지털 채널 송신, 인터넷전화 서비스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상향대역 확대와 아날로그 채널 축소
SO업계는 상향대역을 현행 5~42 ㎒에서 5~66 ㎒로 확대해줄 것을 방통위 전파감리정책과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를 요구하는 대역은, 채널로 따지면 2번과 3번에 해당된다. 상향대역과 하향대역 중간에는 이른바 보호대역이 설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보호대역은 현재 4번과 5번, 6번 채널 대역인 66~88 ㎒에 설정되는 게 불가피하다. 따라서 현재 이들 채널에서 송출되고 있는 PP들과 재송신 채널의 변경이 불가피해진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상향대역 확대는 방통위의 채널 하한선 축소와 맞물려,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론, 기존 하향대역 중에서 아날로그 채널이 송출되는 대역을 확대한다면, 아날로그 채널이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는 채널 하한선(아날로그 채널일 수밖에 없음)을 70개에서 50개로 줄이려 하고 있다.
채널 하한선 50개를 기준으로 할 때, 군소 PP들이 송출될 기회는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케이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온미디어(9개), 티브로드(4개), CJ미디어(9개) 등 3대 MSP(MSO+MPP)가 보유한 PP 수가 23개, 경쟁력이 있는 지상파 계열 PP가 14개, 의무전송채널(보도전문PP, 공익․공공 채널 등)이 15개 정도라는 사정만 감안하더라도, 이미 50개가 훌쩍 넘는다. 의무전송채널을 대폭 줄인다 해도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는다.
아날로그 채널 축소는 정부의 자기부정
아날로그 채널의 축소를 유도하는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의 정책은 SO에 대한 그동안의 주파수 정책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옛 정보통신부는 2004년 11월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을 개정하면서, SO가 운용 가능한 채널수를 당시 최대 111개에서 130개로 대폭 확대했다. "디지털화에 따른 다채널 방송이 본격화되면서 SO가 현행보다 많은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선방송 채널번호를 기존의 54∼750㎒에서 54∼864 ㎒대역까지 부여해 채널수를 현행 111개에서 130개로 늘려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랬던 정부가, 지금은 채널 하한선을 늘리기는커녕 되레 20개나 축소하려 하고 있다.
디지털 변조방식이 달라, 지상파채널 1개당 디지털 신호를 3~4개 대역에서 복수로 제공하기도 하는 '이중 재송신'(dual carry) 문제가 채널 하한선 축소를 정당화할 수도 없다. 상향대역 확대는 하항대역의 디지털 대역에서 발생하는 이중 재송신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이중 재송신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하향대역 부족 문제는 2004년 11월 주파수 확대를 통해 이미 해결된 터다.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으로 아날로그 채널 축소 메우려 하나?
옛 방송위와 현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상향대역 확대, 채널 하한선 축소 등 모순 덩어리 정책을 종합하면, 자연스레 두 가지 의문을 동시에 제기할 수밖에 없다. 'PP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려는 것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을 이용해 아날로그 채널은 축소하고 디지털 채널은 늘리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에 대해서는 주간정책브리핑 2호 참조). 특히 후자라고 한다면,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은 '국가의 공적 재원으로 SO의 원활한 부가서비스 활성화 보조'라는 또 하나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시나리오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방통위는 상향대역 확대에 따른 부가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SO가 시설․장비에 투자하는 데 1년~1년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에 정부가 디지털방송콘텐츠진흥법을 제정해 시행할 경우, 이 법이 SO의 부가서비스 활성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멀티모드서비스(MMS)에 주는 함의
현행 전파법에 따르면, 주파수 할당 방식 유형은 지상파 방송이나 유선방송이나 다르지 않다. 모두 심사할당이다. 심사할당의 경우, 대가할당과 달리 주파수에 대한 배타적 이용권이 사업자에게 있지 않다. 허가나 승인 당시와 달리 주파수를 이용하려 할 경우 정부로부터 사전에 별도의 허가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유선방송의 주파수 이용 변경에 대해 옛 정통부나 방송위, 현 방통위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다. '유선방송국 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 개정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MPEG4나 상향대역 확대 등도 이런 맥락이다. MPEG4는 기술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훨씬 더 많은 채널을 뜻한다. 상향대역 확대는 주문형 서비스와 인터넷전화 등 훨씬 더 많은 부가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유선방송의 주파수를 되레 확대해 줬다.
반면, 지상파의 멀티모드서비스(MMS)에 대해선 온갖 제동을 걸고 있다. 동영상 압축기술의 발전 등이 MMS를 가능하게 한 것이나, 디지털케이블의 온갖 부가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그렇다. 지상파의 공적 책임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제동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여태껏 아니었다. 현 정권 출범을 전후해선 MMS 도입을 신문-방송 교차소유와 연계하려는 움직임까지 등장했다. 문화관광체육부에선 외주전문채널이란 오랜 숙원사업을 MMS 도입과 연결지려 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환수해 재배치하겠다는 것도 MMS 도입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
케이블업계는 MMS 도입에 대해 "주파수 이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현 정부에 밝혔다. 동의한다. 다만, 합의의 대전제는 'MMS는 지상파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갖는 성격을 강화하는 데 기여해야 하며, 망 중립성의 차원에서 건강한 시민의 접근권과 참여권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잠정적인 의견이다.
상향대역 확대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발생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사회적 합의에서 예외일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부가서비스 활성화가 기본서비스 위축(아날로그 채널 축소와 PP 송출 기회 박탈)으로 나타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시장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태도는 금물이다. 케이블업계에 특히 필요한 덕목이다.
<미디어 단상>
지상파와 무료 보편적 서비스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 조준상
"현재 한국의 방송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공영방송으로 지칭되는 KBS, MBC, EBS 등 3개의 공영 지상파방송사아 민영 지상파방송사업자인 SBS가 '무료방송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을 일반적으로 '무료방송'이라고 하는 것은 케이블TV방송사업자나 위성방송사업자가 시청자들에게 자율계약에 의해 시청료를 징수하는 반면, 위의 지상파방송사업자들은 시청자들에게 직접 시청료를 부과하지 않고 수신료 또는 광고에 의해 재원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권영설 중앙대 교수)가 지난 6월5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방송법의 개정방향'이란 주제로 연 정기학술세미나에서, 지성우 단국대 교수(법학)가 발표한 발제문 '방통융합시대의 국가기간방송의 운영체계 - 다공영 대 일공영의 비교'의 일부이다. 여기서 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재원이 시청료가 아닌 수신료나 광고이기 때문에 무료방송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지상파라는 전파의 특성상, 텔레비전 수상기만 있다면 누구나 전파를 수신해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무료방송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지상파 방송이 무료방송인 이유는, 지상파라는 전파의 특성 때문이지 그 재원이 수신료나 광고라서가 아니다. 곧 유료방송과 달리, '가입'이라는 절차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지상파의 특성 때문이라는 얘기다.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직접수신 기반을 강화해 지상파가 명실상부한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필요성이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런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지 교수 논지의 핵심은 무료방송과 유료방송의 구분이 아니라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구분이 바람직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방송시장은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의 대립구조가 아니고, '무료방송(지상파 방송)''유료방송(케이블TV방송, 위성방송 등)'의 대립구조에 의해 법제가 형성되었다. 유료방송시장이 성장하면서 무료방송시장에서 광고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KBS 2TV와 MBC의 정체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으며, 이것이 '다공영 일민영 체제'와 '일공영 다민영 체제' 논의의 출발점이다."(발제문 8쪽)
지 교수의 논지처럼, 유료방송시장의 성장이 '다공영 일민영 체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의 원천이라면, '일공영 다민영 체제'로 된다고 해도 유료방송시장의 문제제기는 절대로 중단되지 않는다. '다민영 지상파 방송들'은 여전히 "무료방송시장에서 광고로 재원을 조달"할 것이며, 이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들과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민영 지상파 방송들'이 유료방송시장에 전면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진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현재 국내 방송지형에서 지상파 공영방송과 지상파 민영방송의 확연한 갈라섬이 가장 시급하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지상파 공․민영 방송과 유료방송 사이의 확연한 갈라섬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파악한다. 이것이 가능하고 공고해야, 추후 지상파 공영방송과 지상파 민영방송이 갈라선다 해도 지상파 민영방송이 유료방송으로 전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겸영이 허용되지 말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