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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_성명]이명박 정권과 이병순씨는 보복인사를 철회하라!
이명박 정권과 이병순씨는 보복인사를 철회하라!
- KBS는 80년대 ‘시청거부 운동’을 기억해야 한다 -
엊그제 늦은 밤 여의도 샛강에는 막나니가 휘두른 칼날에 잘린 방송독립의 모가지와 핏물이 흘러 넘쳤다.
이명박 정권이 장고 끝에 내려 보낸 KBS 관제사장 이병순씨가 임원과 팀장 인사에 이어 평직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야음을 틈타 결행한 이번 인사는 그동안 KBS가 지켜온 신의, 성실의 인사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인사권을 손에 쥔 낙하산 사장이 KBS를 어떻게 도륙 낼지 예상한 것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인사발령 목록을 훑어보면 상식의 인사가 아닌 괘씸죄를 적용한 보복인사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인사 대상자 95명 중 47명이 낙하산 사장 저지에 앞장서서 공영방송 KBS의 독립을 지키려던 'KBS 사원행동' 소속 사원이며 정권의 잘못을 비판하여 한나라당과 수구족벌신문의 집요한 공격을 받았던 시사․탐사 프로그램 제작진이다. 그동안 KBS 앞 촛불을 지켜오면서 공영방송사수투쟁에 열성적이었던 프로듀서는 프로그램 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보내 업무적 실직상태를 만들었고 어떤 이는 멀리 지역으로 위리 안치했다. 그 외 엔지니어들은 송․중계소로 유배를 보내 여의도에는 발도 들이지 못하게 했다.
특히 비판적인 시사․탐사보도 프로그램 제작팀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이병순씨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수구세력들로부터 비판 받아온 프로그램의 존폐를 검토하고 사전, 사후 심의를 철저히 운영하겠다.”고 했던 포고령과 다를 바 없는 취임사를 되새겨보면 새로울 것도 없다. KBS의 스페셜 프로그램, 탐사보도, 시사기획 쌈, 미디어 포커스는 공영방송 KBS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이었다. 이병순씨는 여러 명의 시사, 보도프로그램 제작자를 내쫒았고 탐사보도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前) 팀장은 부산으로 보내버리는 유치함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도발은 오늘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YTN에는 여전히 MB 특보 구본홍씨가 출근을 강행하고 있고 방송통제위원장 최시중씨는 재벌대기업과 수구족벌 신문 사주에게 방송을 넘겨주어 지배할 생각뿐이다.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은 파쇼적 인사로 마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곧 친 한나라당 성향의 인사들로 시사, 보도프로그램의 제작진을 재구성하거나 폐지할 것이 틀림없다. 사람이 바뀌면 내용도 바뀐다. 앞으로 KBS뉴스의 시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전과 같은 날선 비판은 사라질 것이다. 비판은 없고 무관심과 외면 아니면 일방적 찬사만 난무할 것이다. KBS가 지금까지 받았던 국민들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질 것이 자명하다.
언론노조는 이번 인사가 이병순씨 개인이 결행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친위대가 명령하고 꼭두각시 사장 이병순씨가 칼춤을 추고 친 한나라당 성향의 KBS 일부 구성원들이 박수치고 환호한 결과다. 그러나 머지않아 정의가 다시 KBS를 되찾을 것을 우리는 믿는다. 그때 방송독립의 모가지를 무참히 자른 자들과 침묵으로 동조하였던 자들이 설자리는 없을 것이란 것을 분명히 알려둔다.
이병순씨가 숙청, 보복인사를 즉각 철회하고 KBS를 떠나지 않고 정권의 방송장악에 동조하고 있는 일부 KBS 구성원들이 90년 4월 투쟁의 본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KBS는 80년대 국민들이 벌였던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과 ‘시청 거부 운동’에 다시 직면해야 할 것이다.<끝>